[종합 국감-산업부] 공급망 · 에너지 안보 핵심 쟁점 급부상
2026-10-26
'2026년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원 위원장(왼쪽)과 피감기관 기관장들이 기립해 선서하고 있다./신영균 기자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및 소관 기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가 치열한 공방 끝에 지난 22일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글로벌 자국우선주의 확산과 공급망 재편이라는 엄중한 경제 안보 상황 속에서 치러진 만큼,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생존 전략과 에너지 백년대계를 둘러싼 여야의 송곳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지연 우려, 대미 투자 결정 과정의 투명성, 그리고 에너지 공공기관 구조조정의 적정성을 두고 피감기관과 위원들 간의 날 선 설전이 벌어졌다. 종합 국감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 '용인 반도체 메가 특구' 전력·용수 공급망 책임론 도마 위에
이번 종합 감사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는 ‘반도체 메가 특구’를 둘러싼 인프라 검증이었다. 여야 위원들은 정부가 호기롭게 발표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정작 핵심 기반 시설인 전력과 공업용수 공급 대책 부실로 인해 첫 삽도 뜨기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고 일제히 질타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위원들은 "동해안이나 호남의 잉여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올 송전선로 건설이 지역 주민 반발과 지자체 간 갈등으로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산업부가 이 문제를 단순히 한전의 재무 위기나 지자체 책임으로 돌리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집행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하고, 사업 지연에 따른 천문학적 손실을 막기 위한 '반도체 인프라 특별법'의 실효성 있는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인프라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범부처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비용 부담 주체와 관련해서는 "수혜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이 공정하게 분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 전반의 AI 전환(AX) 확산을 위한 정부의 대응 태세도 점검 대상이었다. 위원들은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M.AX(제조 AI) 얼라이언스'가 구체적인 성과 없이 선언적 구호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소·중견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국산 AI 반도체 기반의 컴퓨팅 인프라 지원과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라고 촉구했다.
■ 대미 투자 '상업적 합리성' 검증…국회 보고 누락 및 진실성 공방 격화
통상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 및 공공기관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둘러싼 리스크 관리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야당 위원들을 중심으로 최근 급증한 대미 투자 결정 과정에서 위험 요인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그리고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했는지에 대한 송곳 검증이 진행됐다.
특히 일부 국책 사업 및 공공 연계 투자 과제의 대미 투자 결정 과정에서 국회 사전 보고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보고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감장이 격앙됐다. 야당 위원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과 세제 혜택 축소 리스크가 엄존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투자가 추진된 배경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산업부를 몰아세웠다. 이 과정에서 피감기관의 답변 서류 제출 거부와 위증 의혹까지 불거지며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반면 여당 위원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 시장 선점과 현지 공급망 동맹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다. 여당 측은 "과도한 정치적 공세로 우리 기업의 정당한 글로벌 경영 활동과 통상 전략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면서도,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철저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이와 함께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및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 성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위원들은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입된 금융·세제 지원책이 정작 현장 기업들에는 문턱이 너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현장 맞춤형 규제 완화와 대체선 발굴 지원을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SAF 폐식용유 유출 차단 및 공공기관 구조조정 가이드라인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는 미래 에너지로 꼽히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산업 육성과 전통 정유 산업의 체질 개선 방안이 밀도 있게 다뤄졌다. 위원들은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SA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국내 제도적 기반 정비가 더디다고 질타했다.
특히 SAF의 핵심 원료인 '폐식용유'가 국내 수급 체계 미비로 인해 해외로 대량 유출되고 있는 현상이 집중 지적됐다. 위원들은 "국내 정유사들이 SAF 전용 생산 설비를 구축하더라도 원료가 없어 가동을 못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며, 폐식용유의 국내 수급 안정화를 위한 수집·유통 체계의 제도화와 인센티브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SAF 중장기 로드맵을 조속히 확정하고, 원료 확보를 위한 범부처 수급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는 부처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한 원전 생태계 조기 복원과 수출 성과 가시화 전략이 다뤄졌다. 여야는 원전 수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무리한 수주 경쟁으로 인한 국익 저해 가능성을 경계하며 철저한 수익성 검증을 주문했다.
재무 위기에 직면한 에너지·자원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및 통폐합 이슈도 뜨거운 감자였다. 위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기능 조정이 자칫 국가 에너지 안보와 필수 공급망 유지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효율성만을 잣대로 조직을 축소할 경우 국가적 재난 대응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간 충분한 협의와 내부 구성원의 동의 절차가 결여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산업부가 명확한 원칙과 투명한 절차를 가지고 공공기관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 '말뿐인 경제 안보' 안 돼, 국회·정부 실질적 법제화로 응답해야
이번 산업부 종합 국정감사는 격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산업지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그 방향성을 치열하게 고민한 자리였다. 여야는 정치적 입장 차이로 일부 사안에서 대립하기도 했으나, 첨단산업 인프라 확충과 공급망 안정,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국익' 앞에서는 한목소리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감에서 제기된 수많은 지적과 대안들이 일회성 공방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향후 예산안 심사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용인 반도체 특구의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한 국가적 재원 구조 마련, 통상 리스크 사전 통제 시스템 강화, 미래 에너지 산업을 뒷받침할 제도적 정비는 이제 산업부와 국회가 함께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국감 무대에서 확인된 위기감과 제언들이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향후 정부의 후속 조치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