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늦고 한전 재원 부족”...에너지전환 실행력 집중 추궁
2026-10-26
[에너지신문]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기는 어디서 확보하고, 전력망 건설비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부 종합국정감사에서는 에너지전환과 첨단산업 육성 계획을 뒷받침할 전력망·재원·제도 마련 여부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종합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여야 의원들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정부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따졌다. 국민의힘은 호남권 반도체 산단의 전력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다른 지역 전력망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과 AI 전력수요 전망의 적정성을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한전의 사채발행한도 축소에 대비한 재원대책과 데이터센터 요금체계, 재생에너지 제조 기반 약화 등을 문제 삼았다.
전력망 문제에서는 변압기 물량 배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재옥 의원(국민의힘)은 기후부가 제출한 ‘호남권 반도체 조기 전력공급을 위한 공기단축 방안’에 다른 사업의 변압기 물량을 전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대상은 대구 신달성, 거제 사등, 여수 중흥, 부산 신항 및 부산항의 5개 변전소다. 지역 산업단지와 항만 배후지역 등에 전력을 공급할 시설들인 만큼, 기자재를 다른 사업에 우선 투입할 경우 기존 투자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신달성변전소는 최초 준공목표가 2024년 4월이었으나 현재 2028년 12월로 늦춰졌다. 추가로 검토 중인 2030년 10월로 변경되면 최초 계획 대비 지연 기간은 6년 6개월이 된다. 부산 신항변전소는 변경안이 적용될 경우 누적 지연이 14년 2개월에 달한다. 이는 기존 지연을 포함한 수치로, 이번 변경 검토에 따른 추가 지연 기간은 시설별로 1년 6개월~2년이다.
윤재옥 의원은 “다른 지역의 전력공급 약속을 미루는 방식으로 특정 사업의 일정을 단축해서는 안 된다”며 전용 중단과 지역 의견 수렴을 요구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다른 지역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성환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도마에 올랐다. 김주영 의원(민주당)은 “한전의 사채발행한도 특례가 내년 말 종료되지만, 대규모 송변전 투자는 그 이후에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24~2038년 송변전 투자계획 72조 8000억원 가운데 55조 7000억원, 약 76.5%가 2028년 이후 집행될 예정이다. 현행 특례상 사채발행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이며 장관 승인 시 6배까지 가능하지만, 특례가 연장되지 않으면 2028년부터 2배로 돌아간다. 김 의원은 2026년 1분기 사채 약 70조 7000억원에 2배 한도를 적용하면 약 22조원이 초과한다고 추산했다.
김주영 의원은 한도 연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요금과 재정지원, 자구노력을 어떻게 조합할지 종합적인 재원조달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김성환 장관은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한전 이익 규모가 줄어 내년까지 사채를 2배 한도 이내로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전 기술지주회사 등을 통한 사업 확대와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질의는 수요 전망과 실제 가동 조건으로 나뉘었다.
이종배 의원(국민의힘)은 정부의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산정 방향을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기업들이 제시한 수요 가운데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기업의 사업계획과 현실적인 수요를 고려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의원 질의를 듣고 있는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
어기구 의원(민주당)은 데이터센터가 서버 도입과 고객 확보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동률을 높이는 특성을 요금체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대수요전력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산정하는 고객에게 계약전력의 30%를 하한으로 적용하면, 초기 전력 사용이 적은 데이터센터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계별 가동계획 제출과 이행을 조건으로 실제 최대수요에 따른 기본요금 부과를 검토하되, 확보한 전력망 용량을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사업자의 책임도 함께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전력을 특정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전력구매계약(PPA)을 놓고는 비용 전가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은 “기후부가 원전 PPA 허용에 따른 평균 전력구입단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 증가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책 입장은 ‘신중한 접근’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가동 중인 원전과 신규 원전 모두 직접 PPA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월성 2호기의 연간 발전량을 48억kWh로 가정하고 이를 특정 업체에 공급한 뒤 같은 물량을 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구입비 증가분이 연간 약 2800억~38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김성환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정책 변경이 산업에 미친 영향과 발전비용을 낮출 제도개선 방안이 함께 다뤄졌다.
박정 의원(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의무공급비율 하향 조정이 국내 태양광 수요와 제조기업의 투자 여건을 악화시켰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국산 태양광 모듈 점유율은 2023년 70.9%에서 2025년 30.7%로, 국산 셀 점유율은 같은 기간 25.2%에서 3.9%로 떨어졌다.
박 의원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에 정책 변화까지 겹쳤다”며 “의무공급비율 조정 당시 국내 제조업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가 질의에서는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운영규칙 개선도 거론됐다. 박지혜 의원(민주당)이 석탄발전 최소출력 기준 하향을 요구하자 김성환 장관은 “중동전쟁에 따른 가스 수급 부담이 완화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기간을 20년에서 25년으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렸다. 김 장관은 “투자비 회수기간 확대를 통해 입찰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헌승 의원(국민의힘)은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까지 장기 지원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경제성 검증을 촉구했다.

▲서왕진 의원(조국혁신당)이 질의하고 있다.
출처 : 에너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