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 SiC 전력반도체 결함 판별 기준 15년만 수정
2026-10-26

▲ 전기연구원이 원자구조 관찰, 광발광(PL) 측정, 이론 계산을 연계해(4,1) 적층결함의 진짜 파장(459nm)을 규명한 데이터
국내 연구진이 전기차의 ‘근육’으로 불리는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의 불량을 찾아내는 글로벌 판별 기준을 15년 만에 새로 수정해 반도체 소재 품질 검사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전력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나문경 박사팀은 충남대 홍순구 교수팀, 호리바에스텍코리아, SK실트론 등과의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약 15년간 전 세계적으로 잘못 알려져 온 SiC 반도체 내부 결함의 ‘진짜 빛깔(특성 발광 파장)’을 새롭게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SiC 전력반도체는 고온·고압의 가혹한 환경을 견디며 전류 방향과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등 사람의 몸으로 치면 근육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높은 전압과 열을 버텨야 하는 첨단 산업에 널리 쓰인다.
전력반도체를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원자들이 겹겹이 쌓이다가 미세하게 어긋나는 이른바 ‘적층결함(Stacking Fault)’이 생기면 제 성능을 낼 수 없어 꼼꼼한 품질 관리가 필수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웨이퍼를 깨지 않고 불량을 찾아내기 위해 빛을 쏘아 검사하는 ‘광발광(PL) 검사’를 쓴다. 즉, 빛을 비춘 뒤 결함에서 방출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는 점을 마치 범인을 찾는 ‘지문’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상용 웨이퍼 207장에 담긴 10만여 개의 결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프랭크형 적층결함이 상용 웨이퍼에서 중요한 결함군으로 나타났다.
특히 ‘(4,1) 프랭크형 적층결함’은 약 15년간 424nm(나노미터)의 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 전기기술위원회(IEC) 기준에도 반영돼 있었으나, 연구팀은 빛의 신호와 실제 원자 구조를 1대1로 꼼꼼하게 대조함으로써 해당 결함의 진짜 지문은 424nm가 아닌 ‘459nm’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이를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첨단 이론 계산(밀도범함수이론·DFT)까지 더해 교차 검증을 마쳤다.
이번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반도체 소재의 품질 검사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 불량의 원인을 정확히 추적해 제조 공정을 고치면, 궁극적으로 전기차와 전력 변환 시스템의 연비와 안전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금속·무기재료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악타 머티리얼리아(Acta Materialia, JCR 상위 5% 이내)’에 게재됐다. 특히 심사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이 학술지에서 이례적으로 심사위원의 아무런 수정 요구 없이 투고 원고 그대로 게재 승인(Publication as is)을 받으며 완벽성을 입증했다.
또한, 나문경 박사는 이러한 일련의 규명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일본 분석·계측 전문기업인 호리바(HORIBA)가 주관하는 국제 연구상 ‘2026 호리바 마사오상(Masao Horiba Awards)’에서 ‘Honorable Mention’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04년 첫 시상 이후 국내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가 이 상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ERI 나문경 박사는 “빛의 신호와 실제 원자구조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직접 연결해,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글로벌 판별 기준의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라며, “이번 최고 권위 학술지 연속 게재와 국제상 수상은 우리가 축적해 온 분석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보여주는 결과인 만큼, 앞으로도 국내 전력반도체 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든든한 기반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부 ‘화합물전력반도체고도화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출처 : 신소재경제